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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나무

아빠 육아 휴직 복직 소감(복귀 두달 후)


아빠 육아 휴직 복귀 소감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복귀 전 준비 사항]



(1) 회사 복귀 행정 처리

회사 복귀 한 달이 조금 안 남았을 때 회사 서무 분이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복귀하시는 것 맞으시죠?”

“며칠 고민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네. 복귀하는 거 맞습니다”
(그동안 로또 당첨이 되지도 않았고 다른 대안도 없습니다 ;;)

“알겠습니다. 복귀 인사처리를 할 테니 복귀 날에 출근하시면 되고 컴퓨터와 모니터가 필요하시면 따로 팀 내 총무를 통해 신청해 주세요”

회사마다 행정처리 절차가 상이할 수 있으나 복귀 일주일 전에도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먼저 회사에 연락해서 인사행정상 처리가 선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 팀장님께 복귀 전 유선으로 인사

복귀 전에 오랜만에 뵙게 되는 팀 내 최상급자 분에게 미리 연락을 취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전화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물론 복귀한다는 사실은 서무와 인사명령을 통해 알고 계셨지만 인사를 드리니 복귀 후에 어떤 파트에서 누구와 일하게 되고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대략적인 안내 사항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2. 복귀 당일 풍경]



복귀를 몇 주 앞두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고 회사에서 겪었던 유사 공황 증상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무튼 복귀 당일에 일찍 일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통근버스를 기다렸고 정말로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사원증 카드를 버스에 타각하니 승인된 소리가 울렸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회사까지 가는 동안 창밖의 풍경은 예전과 같았고 회사에 점점 가까이 올수록 실감이 났습니다.
버스 주차장에 내리고 사무실에 올라가니 팀장님이 계셨고 간단한 인사를 드렸습니다.
새로 신청한 컴퓨터와 모니터가 놓여 있었고 열심히 세팅 작업을 하였습니다.
본사에는 거의 4년 만에 온 거라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본 분들은 예전보다 조금 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고 나도 저분들에게 그렇게 느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분들의 얼굴을 보니 일단 반가운 감정이 컸습니다.
그런데 회사도 나를 반기지 않았는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컴퓨터 세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오더니 현 시간부로 현 층을 폐쇄한다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분들은 바로 퇴근하라고 했습니다.
같은 층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방역소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출근한 지 세 시간도 안되어 바로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며 복귀 첫날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세팅은 마무리하고 폐쇄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퇴근하였습니다.

 


[3. 복귀 두 달이 지나며]




여러 가지 전산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거나 수정된 것들이 있어서 낯설고 불편하였으나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잘 적응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얼굴 본다며 여러 사람들이 차 한잔 하자고 연락이 오거나 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 회식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팀 내의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거나 교류할 기회는 없었고 기존에 친하게 지내던 분들과는 따로 차를 마시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복귀 전에는 복귀 후에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지 두렵기도 하였으나 우려했던 것보다는 대체적으로 별일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대해주셨습니다.
물론 회사 담당 내에서 최초로 남자 육아휴직을 쓴  케이스다 보니 몇몇 분들은 우려 섞인 얼굴로 바라 보셨습니다.

일과 생활도 어느정도 적응하였고 복귀 후 두려운 떨림과 반가움은 지나가고 그 전과 같은 스트레스도 받고 있습니다.

 


[4. 얻은 것]



(1) 가족의 평화


1년의 재충전을 통해 가족과의 평화가 향상되었습니다.
갖은 스트레스로 지쳐서 집에 와서는 아이들의 잘못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혼을 자주 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밤에 아빠하고 잠을 자지 않으려 하고 엄마하고만 자려고 했었고요.
가정에 집중하고 나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며 아이들을 포용하고 수용해 주는 시간을 통해 지금은 아이들이 아빠와 자고 싶어 합니다.

(2) 요리 실력 향상


그전에는 요리도 잘 못하고 바쁘다 보니 와이프가 모든 음식을 만들었는데요.
휴직을 하는 동안 음식 만드는 일을 거의 전담으로 하다 보니 요리 실력도 늘어나고 향후에도 음식을 종종 만들며 가정일을 공동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백주부님의 영상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3) 미래를 위한 준비


휴직 기간 동안 공부하며 자격증을 2개 땄습니다.
회사에서 자리가 불안정하기도 하고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따놨습니다.

 


[5. 잃은 것]



(1) 회사에서의 위치


휴직 기간의 공백, 특히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은 아주 드문 케이스이기에 회사에서의 위치는 더욱 불안정해집니다.

(2) 돈


휴직을 하는 동안 3달 정도는 250만 원 정도를 받았으나(두 번째 휴직자는 첫 세 달 정도는 상한액을 높여서 지급) 나머지 9개월은 90만을 받았기 때문에 경제생활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복귀 후 6개월 동안 회사를 다니면 9개월 동안 받지 못했던 60X9 = 54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6. 마무리 소감]



육아휴직, 특히 남자의 육휴는 많은 눈총도 이겨내야 하는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여러 가지 단점이 있긴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더 달리기보다는 잠깐의 휴식이 생명을 보호하기에 더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내의 스트레스로 귀한 생명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그 당시 친한 동료가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회사를 나가거나 이직하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는 일은 하지 말자”

회사를 나갈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였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였으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여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당시 나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잠깐의 멈춤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지내는 행복도 있었지만 다른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압박감에 푹 쉴 수 없는 힘든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답답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도하심을 구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저의 현재 모습을 표현한 건데요. ('모두의 풍속도'라는 캐릭터입니다^^)
피곤하고 답답한 일상이긴 하지만 몸짓을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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