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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나무

[책 리뷰] 당신이 옳다

제목 : 당신이 옳다

저자 : 정혜신

출판사 : 해냄

 

 

 

 

 

[Review에 앞서]


 

어느 날 책과 가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던 와이프가 갑자기 책 하나를 읽어볼 것을 권유하여서 짐짓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책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치유 관련된 서적으로 직장 동료분이 추천한 책이라고 하면서 이 책의 제목을 말했습니다. 

 

저자는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느꼈던 생각과 치유 경험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집 밥 같은 치유라고 소개하는 '적정 심리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Review]


 

책 서두에 '우리는 왜 아픈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연예인의 공황장애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밝힙니다. 

끊임없이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연예인은 그 노력의 정도가 심할수록 나의 존재와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됩니다. 

 

사람이 병이 드는 이유는 '나'라는 존재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비단 연예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네 삶도 들여다보면 부모와 배우자의 기대와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기대는 정도가 심하고 그럴수록 진정한 나 자신은 내 삶 속에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난동을 부리고 사과할 기색이 전혀 없던 완고한 노인에게 그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해 주는 과정에서 얼음이 녹듯이 살며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관심을 받은 이후부터 안정감을 갖고 그 안정감 속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게 됩니다. 

 

결국 진정한 삶은 자기 존재에 주목받은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당신이 옳다'의 참 의미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잘잘못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더 깊은 인정을 뜻합니다. 

산소가 희박한 순간에 고농도 산소를 들이켜는 것과 같이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한 안심을 합니다. 

 

저자는 심리적 심폐소생술을 위한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바로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입니다. 

이 질문은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을 일으키며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 있습니다. 

 

고급 정장에 주렁주렁한 계급장을 달고 있을 때 나를 주목하고 인정해 준 사람보다 내가 맨몸이었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극진히 보살펴 준 사람은 뼛속에 각인됩니다. 

 

나의 존재 자체에 반응한 사람만이 내 삶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날 때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군중 속에서도 극심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심장에 집중하여 행하는 조치이듯이 심리적 심폐소생술 역시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되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저자는 '충조평판'을 날리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앞 글자를 모은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호흡이 희미해지는 사람에게 다음날 아침에 줄 식사를 제시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죠. 

 

자신의 경계를 허무는 갑질 상사에 대한 대처에 대해 저자는 그대로 경계를 허물도록 놔두지 말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라고 말합니다. 

상사를 상수로 두고 나를 변수로 둘 것이 아니라 나를 상수로 두고 상사를 변수로 두는 것입니다. 

정 안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관계를 끊어버리라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른 책에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 전술을 사용하라고도 하지만 이것저것 다 안 통하면 나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담자의 자세로 '다정한 전사'를 언급합니다. 

공감을 할 때는 다정하게 하지만 내담자를 망치는 잘못된 생각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가두어 둘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진심으로 나에게 묻고 충분히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물어봐 줘야 합니다. 

 

"너 계속 그렇게 살 거니?"

"그렇게 계속 살고 싶은 거 맞니?"

 

일상에서도 자신을 깨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넌 누구니? 지금 네 마음은 어떤 거니?"

 

공감을 통한 심리치료에 대한 다른 책에서 상대방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당신의 마음을 압니다'라고 말했던 사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크게 격분하며 '당신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라고 소리치며 멱살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 두 사람이 실컷 운 다음에 상담자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이 풀렸지만 정말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말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그 마음을 안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그 부분을 인정합니다. 

상대방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상대방의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100% 이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에 완전히 똑같이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기꺼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미처 몰랐지만 너는 그랬구나, 그랬었구나"라고 진실되게 말하는 것이 내담자의 마음이 더 평안해질 것입니다. 

 

[Review를 마치며]


 

가만히 있다가 만나고 싶다고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나를 존재 자체로 대해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존재에 대한 따뜻한 관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수시로 "네 마음은 어떠니?"라고 물어보며 황폐해지고 갈라지기 쉬운 마음에 따뜻한 물을 주는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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