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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나무

코로나 격리 2주 체험기 : 반갑다 대한민국

2년 6개월 정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귀임은 아주 특별한데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겪어보는 경험일 것입니다.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한 시점에 고국으로 왔으니.. -.-

3개월이 조금 더 지난 시점이지만 그때의 감회를 떠올리며 흔적을 남겨봅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자 전용택시를 타고 관할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바로 격리호텔로 이동하였습니다.

일단 거리의 간판에 한국말이 써있는게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와이프와 아이들을 못 본 지 6개월, 그리운 가족을 볼 것을 생각하며 부푼 마음도 있었으나 공항에 내려서 격리호텔에 도착하니 그 부푼 마음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새어나갔습니다. (스카이파크 호텔 동대문 1호점에 투숙)

왠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굳이 온 듯한 느낌과 내가 뭔가 잘못을 저질러서 이곳에 갇혀 있게 된 건가 하는 찰나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숙소내로 발을 들인 순간부터 2주간 밖에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카운터의 안내를 듣고 긴장된 마음으로 배정된 방으로 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처음 내 눈앞에 펼쳐진 View입니다.

 뭔가 더 큰 공간이 있지 않을까 부질없는 기대로 더 들어갔지만 침대와 티비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

(작은 냉장고가 있긴 하지만. ㅎ)

물론 화장실은 있습니다. 화장실이 없으면 2주동안 정말 힘들겠지만 ㅎ

나름 깔끔하네요.

갑자기 예전에 군대에서 천막치고 간이 화장실에서 구데기와 인사하며 볼 일을 보던 일이 생각납니다.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합니다. ㅎ

밥은 세끼 나오고 과일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선불결제 후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는 것도 가능하지만 와이프와 아이들이 튀어 나온 배를 보고 놀랄까봐 자제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 살이 많이 쪘었는데 격리하면서 더 찔까봐 유트브에서 맨손 운동 검색하면서 나름 더 돼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보냈습니다.

 

코로나 검사결과는 다음날 나오는데 예상했던대로 음성이 나와서 다행이었고요.

보건소 직원이 전화로 결과 알려드린다고 할 때 살짝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ㅎ

 

자가격리앱을 깔고 하루에 2번 아침 저녁에 체온과 몸 상태가 정상인지 입력해야 됩니다.

몇 시간동안 핸드폰 밧데리가 꺼졌었는데 보건소에서 위치가 안 잡힌다고 이탈하셨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난 호텔에 꼼짝없이 갇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탈하면 아이들을 직접 보기 전에 뉴스에서 먼저 볼 수도 있으니 절대 그럴 생각은 없었고요. ㅎㅎ

간혹 게임기를 가지고 게임을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2주간 같은 공간에 있는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초반 몇 일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방에서 하루종일 있으니 답답하고 약간의 우울감도 느껴졌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와이프는 갇혀 있어서 부럽다고 하였지만 창밖 가까이에서 보이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이 점점 그리워지고요.  

 

코로나에 감염되서 격리 병동에 계신 분들은 심리적 고통이 훨씬 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가 내년에도 종식될 지 미지수인데요.

하루빨리 사회가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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